주제 기사 `원유 개미지옥`에 홀려…제값보다 8배 비싸도 하루 1조씩 샀다은(는) 인터넷에서 저희가 편집했습니다.
◆ 원유상품 투기광풍 ◆
고평가된 가격을 감수하고 원유선물지수상품 ‘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유가 반등에 베팅한 일부 개미들이 불과 일주일 만에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달 새 떨어지는 칼날을 잡은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한 와중에 레버리지 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을 중심으로 상품 고평가 현상까지 사상 최대치를 찍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원유선물지수상품 매수세를 놓고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22일 매일경제가 원유선물지수에 연동되는 상장지수상품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이들 상품은 14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만에 28~63% 낙폭을 보였다. 유가 일별 움직임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N의 하락세가 특히 가팔랐다.
유가 하락세 지속되며 투기에 나선 개미들 손실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원유선물지수 관련 상품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사상 최대치를 향해 치닫고 있다. 국내 상장된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ETN은 유가 하락과 함께 거래대금이 연일 증가세다. 전날 거래대금 1조원을 넘긴 데 이어 이날은 1조1984억원을 찍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수백 % 고평가된 가격에서도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을 290만주 사들였다. 총 19억원어치다.
이로 인해 지난달부터 불거진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의 고평가 현상은 되레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22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의 종가 기준 괴리율은 848%를 나타냈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 괴리율은 214%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국내 상장된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의 4월 평균 괴리율은 47%로 이날 최대 18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괴리율은 실시간 유가를 반영한 상품 적정가와 ETN 시세 간 차이를 말한다. 괴리율이 양수라는 것은 적정가보다 상품 가격이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ETN 발행사 및 당국 개입으로 괴리율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고평가된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투자자들의 추가 매수 자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정상적으로 고평가된 가격을 낮추기 위한 유동성공급자(LP)들의 시장개입 자체가 원천 봉쇄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21일 LP보유분 2억주를 충전한 신한금융투자는 1억주를 시장에 공급했지만, 22일은 물량을 거의 풀지 않았다. 규정상 실시간 유가를 반영한 적정가인 순자산가치에서 위아래로 6%를 넘지 않는 선에서 LP가 매도호가를 내야 하는데, 이날 상품 적정가치가 하한가를 한참 밑돌았기 때문이다. 이날 상품 하한가는 365원이지만 상품 적정가는 장중 100원에서 60원 사이를 맴돌았다. 신한금융투자는 “하한가 이하에서 매도호가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물량을 풀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개미들의 원유상품 투기 광풍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먼저 매수 당시의 괴리율이 정상적인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애초에 인식하지 못하고 투자에 나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처럼 괴리율이 이상 급등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괴리율이라는 지표를 살펴야 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투자자가 적지 않다. 고평가된 상품가격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투자자도 많다. LP 보유 물량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면 상품 가격이 고평가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그 정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다. 개미들 간에 ‘폭탄 돌리기’가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가 이날 “기초자산(WTI 원유선물) 50% 이상 하락 시 지표가치가 ‘0’원이 돼 투자금 전액 손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지만 개미들의 투자 광풍을 막지는 못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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